Product? Project? 매니저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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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직한 회사에서는 전사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시는 본부장님과, 바쁜 시간 쪼개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구성원들이 있는, 환경적으로 아주 행복한 상황이다.

나만 잘 하면 된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흔히 그렇듯, 이전 조직에서 나 또한 불필요한 권력 다툼과 일정 압박, 그리고 '네 일이니 네가 알아서 잘 해라'식의 각자도생 마인드에서 사회생활을 해왔다. 무슨 일이 닥치면 혼자서 어떻게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잘 해내야 되는 환경에서 일을 해야 했다. 자연히 조직의 이해관계를 재빠르게 파악해 내 살 길을 알아서 마련하는 스킬만 잔뜩 늘었다.

입사한지 두 달. 이 곳에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하실 때마다 '잘 하고 있다', '고생한다', '힘내시라' 말해주는 분들이 계시고, 자기가 모르는 건 어떻게든 알아봐서라도 알려주겠다고 편하게 물어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진짜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데, 나는 아직도 방황만 하고 있는 것 같다.

PM으로 입사했다. 그것이 프로덕트 매니저인지, 프로젝트 매니저인지는 딱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로 자리를 잡았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면 프로젝트 관리보다는 우리가 생산해야할 산출물에 좀 더 집중해서 데이터를 뜯어보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용성 테스트도 해보고 이런 것들을 주로 할텐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보니 아직 프로젝트 매니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와 프로젝트 매니저 2인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프로젝트 매니징만으로도 버겁다는 사실이다. 전사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요구사항 정리, 일정 관리, 이슈와 백로그 관리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가고, 프로젝트 산출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럼에도 마감은 착실히 다가오고 있다.

다들 날 믿고 도와주려고 하는데, 여기서 내가 잘 못 해서 실망시킬까봐 두렵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다. 우리가 타켓팅한 사용자들이 보기에 만족할 수 있는 산출물을 더 빨리 만들어내고 싶다. 근데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내가 굳건한 기준이 되어서 잘 이끌어야 하는데, 내가 흔들리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점점 평정심을 잃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알맞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도 없을까...